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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영화

✨영화 관상(2013): 누구의 얼굴에 조선이 들었는가

 

영화 관상 The Face Reader(2013): 이리와 호랑이의 싸움


세상으로 나온 관상쟁이: 눈 뜨고 코 베이는 한양으로

조선팔도 최고의 관상가 '내경'(송강호)은 기생 '연홍'(김혜수)과 한양으로 가게 되면서 '내경'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기방에서 관상을 봐주던 그의 용하다는 소문은 금세 조선 최고 권력자인 '김종서'(백윤식)의 귀에까지 들리게 됩니다. 부와 명예의 고속도로 톨게이트 앞에 서게 된 것입니다. 톨게이트를 지나면 선택을 해야 합니다. 왼쪽은 한양의 부와 명예 그리고 오른쪽은 고향으로 향하는 평범한 시골 관상쟁이 삶입니다. 갈림길에서 그의 선택은 무엇일까요? 


자고로 개구리는 올챙이를 모른다

주머니 속에 숨어있던 욕망이 검은 꼬리를 좌우로 흔들더니 꿈틀거리며 천천히 일어섭니다. 그리고 그를 김종서 앞으로 데리고 갑니다. 이제 그는 관직을 얻은 면접관이 됩니다. 꿔다 놓은 보리짝 처럼 어색하던 관복에 그의 몸은 맞추어져버립니다. 걸음걸이에서도 당당해집니다. '앞다리가 쭉~ 뒷다리 가 쭉~ ...' 펴진 개구리가 되었습니다.  그의 선택에 따라 누군가의 희비가 결정됩니다. 을에서 갑으로 변신하게 됩니다. 


수없이 보아온 관상의 결론: 관상은 바꿀 수 있다

관상쟁이 내경은 왜 수양(이정재)이 아닌 김종서에게 갔는지가 영화를 보는 내내 궁금했습니다. 조카이자 조선의 왕은 사자가 아닌 어린양일 뿐 입니다. 이미 대세는 수양에게로 향하고 있음을 영화의 주연, 조연, 엑스트라, 스텝뿐만 아니라 관람객 모두 다 알고 있습니다.

어느 날 처남 팽헌의 물음에 내경이 답합니다. "상을 보면 수양이다" 그러다 우리 다 죽는다는 팽헌에게 내경이 다시 말합니다. "내 힘을 보태면 분명 역모를 막을 수 있다. 상은 변하는 것이다".


  내경은 리스크가 더 큰 쪽에 투자를 한 셈입니다. 처음부터 김종서가 수양보다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은 그에게 늘 숙제였을 겁니다. 관상(운명)을 믿고 순종하고 순응하는 삶과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도전하는 삶, 후자의 인생이 더 아름답다는 사실을 내경을 믿고 있었습니다. 내경은 자신의 신념을 선택한 것입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 입니다. 오늘의 현실에 만족하기 보다는 늘 도전하는 삶을 선택해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얼굴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내경이 김종서에게  희망이 결코 꽃 피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최고의 관상쟁이 내경이 몰랐던 게 있었습니다. 관상(얼굴)에 대해서는 조선 최고 맨 앞 일지 몰라도 사람(인간)에 대해서는 뒤쪽에서 세는 게 빠를겁니다. 수양의 그림자 뒤에 서 있던 한명회를 보지 못했으니까요. 내경은 사람의 미래를 알 수 있지만 한명회는 사람의 미래를 움직일 수 있습니다. 내경의 최대 약점입니다. 여기서 승패가 갈렸습니다. 미래는 움직이고 노력하는 사람의 몫이니까요.

 

잃는 것과 남는 것: 계유정난

내경이 믿었던 신념, 정의는 실패로 끝납니다. 그리고 많은 것을 잃어버립니다. 수양은 내경의 아들 진형에게 화살을 날리며 한 마디 합니다 "상을 봤으니 상값을 치려야지"  "네 아들의 얼굴에 반역의 기운이 있어"

두 눈으로 관상을 보던 내경은 눈먼 관상쟁이 되고 처남 팽헌은 목소리를 잃어버립니다. 그리고 남겨진 것은 내경이 한회에게 한 말입니다. "칠삭둥이, 네목을 조심하거라". 이말은 들은 한명회의 두려움은 영화의 시작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내경 말대로 한명회는 사후에 부관참시를 당해 목이 떨어집니다.

관상보다는 작명이 더 세다

주인공의 이름은 내경입니다. 즉 마음을 비추는 거울인 셈입니다. 눈이 아닌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그런 운명이었던 셈이었는데 내경은 전혀 몰랐던 것 같습니다. 이름이 내경이 아닌 외경이었더라면 역사가 바뀌지 않았을까요. 강남에 가면 관상을 바꾸려 하는 사람들, 법원에 가면 이름을 바꾸려는 사람이 많습니다. 물질 만능시대의 편리함이겠지만, 인생을 대하는 마음이 결국에는 얼굴에 이름에 남게 됩니다. 하루 하루 소중한 삶이 얼굴을 삶을 바꾸는 게 아닐까요 그렇게 상은 변하는 것입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연홍이 말했습니다. "물읍시다. 관상가 양반, 도대체 관상이 무엇이오?" 내경은 말이 없다. 그리고 영화는 끝난다. 그래서 Enjolars가 대신 대답해 드립니다. " '관상' 믿으면 흔들리고 안 믿으면 그만인게야"

지금까지 913만명의 이 보았던 영화 관상 The Face Reader,2013 이었습니다


세조(수양)의 광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