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지 못한 편지: 새로운 여행을 떠나다
'영화 러빙 빈센트'는 빈센트 반 고흐가 죽고 난 1년 뒤에 발견된 편지의 배달로 시작됩니다. 우체부 룰랭은 아들 아르망 룰랭에게 편지를 직접 빈센트 반 고흐의 동생 테호에게 전해줄 것을 부탁하며 편지의 배달 여정이 시작됩니다. 아르망의 두 손에 있던 편지를 보면서 Enjolars는 편지의 내용이 무척 궁금했습니다. 혹시나 편지가 전달되지 않는다면 편지를 뜯어서 읽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했습니다. 테호에게 쓴 편지이니 물론 연애편지는 아니겠죠. 다행히 영화의 말미에 편지의 내용이 나와서 궁금증이 해결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치 화첩을 넘기듯 보여주는 프레임 속 그림 또한 훌륭합니다.
초상화의 주인공이 영화의 주인공이 되다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우체부 룰랭의 초상'은 낡은 모자와 긴 수염이 인상적입니다. 프로방스지방의 태양을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노란 단추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의 굳게 닫힌 입을 보면 신의를 지키는 사람임을 알 수 있습니다. 룰랭은 아를에서 고흐를 아껴준 몇 안 되는 절친입니다. 고흐는 룰랭의 초상화를 그렸습니다. 움직이지 않고 화가의 모델을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지루해하는 룰랭을 위해 고흐는 그와 야생트를 한 잔 한듯합니다. 그의 왼쪽 볼이 발그래 합니다.
<우체부 룰랭의 초상>
디코로이드 아트 이스티듀드
이야기의 시작은 카페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밤의 테라스> 1888
오테를로, 크뢸러뮐러 미술관
영화 러빙 빈센트는 100여 명의 화가의 유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보는 내내 미술관에서 작품을 구경하는 느낌이라 새롭고 신선했습니다. 작품은 가만히 있고 내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눈앞으로 와 스스로 이야기의 배경이 되어줍니다. 우체국장 룰랭은 카페테라스에서 술이나 먹으며 싸움이나 하는 아들 아르망에게 고흐가 남긴 편지를 고흐의 동생 테호에게 전해 줄 것을 명령합니다. '술 먹고 노느니 차라리 편지나 전해' 이런 셈이죠. 죽기 전에 쓴 마지막 편지를 전하기 위해 파리로 향하는 아를랭, 고흐의 발자취를 쫓아 편지를 전하러 갑니다. 닥터 갸셰와 그의 딸을 만나고, 고흐가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여관도 방문합니다. 그리고 고흐 죽음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됩니다. 과연 그는 자살했을까? 정황상(주변 인물들의 증언, 그의 작품)이나 증거로 그가 총에 맞은 건 확실하고 그로 인해 더 이상 작품을 만날 수 없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누가 방아쇠를 당겼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관객에게 남겨진 풀기 어려운 숙제로 남겨집니다.
<귀어 붕대를 감은 자화상> 1889
런던, 코톨드인스티튜트갤러리
세상과 맞서 싸우는 화가의 시선 : 스스로에 의해 자른 귀
비어버린 통장 잔고(주머니), 냉장고(찬장), 고갱이 없는 집, 우체부 룰랭외의 냉소적 사람들, 예술가의 고단한 삶은 고흐를 피폐하게 합니다. 베토벤이 그러했듯 사람들 속에 쉽게 동화될 수 없는 전혀 다른 위대한 예술가입니다. 주머니를 삐져나오는 송곳인 셈입니다. 동생 테오의 헌신이 있었지만 고흐의 삶은 점차 텅 비게 됩니다. 고갱과의 불화는 더욱 그를 불안하게 했을 겁니다. 메니에르 귓병까지 있던 고흐는 귀를 자름으로써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기도 했습니다. 결국엔 고통으로부터 영원한 안식을 얻게 됩니다.
초상화의 모델들은 고흐의 다른 눈빛에 어떤 반응를 보였을까
<자화상> 1889
파리, 오르셔미술관
고흐를 직접 보지 못하고 그의 작품으로 만나야 하는 Enjolars는 문득 고흐의 눈빛이 궁금해졌습니다. 초상화의 모델들은 그림을 그릴 때의 예술가의 빛나는 눈빛를 볼 수 있으니까요. 빛의 세계 너머에 있는 영혼을 바라보는 진리의 시선을 보았을까요? 아니면 빨리 그리라는 주문을 외우고 있었을까요. 단지 고흐가 그린 본인의 초상화만 뚫어져라 쳐다볼 뿐입니다.
인생이 캔버스 그림의 액자에 있다 : 평생 한 점밖에 팔지 못한 그림
그의 그림은 당시의 유명 화가들의 화려함이 아닌 아를 지방의 풍경이나 평범하고 가난한 이들을 그렸습니다. 경제적으로 그림을 소유할 수 없는 이들과의 공존은 고흐에게 경제적 어려움이 된 것은 사실입니다. 범부인 예술가의 번득이는 이야기를 필부인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 평생 한 점 밖에 팔지 못한 예술가이지만 그가 더 부러운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의 삶의 주인공이 되라면 글쎄요 망설이게 됩니다. 천재 화가의 고독은 다 다음 생에 하겠습니다.
고흐와 같이 바라보는 밤하늘 :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
<별이 빛나는 밤> 1889
뉴욕 현대미술관
'Strray Strray night ~' 으로 시작하는 돈 맥클린이 부른 '빈센트 Vincent'는 이 그림을 보고 영감을 얻어 만든 노래입니다. 이 작품은 생레미 요양원에서 그린 작품으로 다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세상과 분리된 이곳에서 가장 많은 작품을 그렸다고 합니다.
돈 맥클리의 노래도 좋지만 로라 피지<Laura Fygi 'Vincent'>를 추천드려요. 그녀의 매력적이고 차분한 목소리가 영화와 잘 어울립니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영화 러빙 빈센트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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